잔별터마을신문
2006년 2월 11일 토요일 | 작성자 □□□ | 이메일 janbyeolto@banmail.com
모든 봄을 위한 안부
얼어붙은 시간을 넘어 맞이하는 새잎, 우리가 맞잡은 손으로 일궈낸 기적
차원의 균열이 마을 사람들의 헌신적인 노력 끝에 마침내 봉쇄되었다. 지난 몇 개월간 잔별터를 위협하던 기이한 현상도 드디어 긴 막을 내렸다. 차갑게 얼어붙었던 대지에 다시 온기가 돌아 눈이 녹고, 메말랐던 가지 끝에는 어느덧 새잎이 고개를 내민다. 한때 영영 잃어버린 줄로만 알았던 평범한 일상이, 우리가 맞잡은 손끝에서 다시금 피어나고 있다.
잔별터에 다시 찾아올 눈부신 계절을 맞이하며, 마을에서는 앞으로 사흘간 기쁨의 잔치가 벌어질 예정이다. 그동안의 고단함은 잠시 내려두고, 이웃과 함께 음식을 나누며 서로의 무사함을 확인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또한, 미처 지키지 못한 채 곁을 떠나간 이들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한 추모관 건립 기부금을 모집한다. 잔별터의 소중한 시작을 위해 마을 주민 여러분의 마음을 모아주길 바라며 한 명의 주민으로서 깊은 감사를 전한다.
하이온글로벌의 야욕: 운석과 차원문의 실체
하이온글로벌의 모든 비극은 운석에 담긴 미지의 힘으로부터 시작된다. 초기 연구에 따르면, 운석은 생명체의 활력을 증폭시키고, 농작물을 경이로운 속도로 자라게 하는 단순한 촉매제를 넘어, ‘시공간의 물리적 법칙마저 뒤트는 신비로운 에너지를 품고 있다’고 전했다.
하이온글로벌은 이 에너지를 정제하여 에너지를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다른 차원으로 연결되는 소위 ‘포털’을 구축하겠다는 거대한 야심을 품었다. 다른 차원의 무한한 자원을 선점하고, 인류의 역사를 바꿀 공간 이동 기술을 독점하여 전 세계적인 부와 권력을 장악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이 화려한 희망 뒤에는 끔찍한 대가가 따랐다. 연구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일부는 어린 아이까지 동원한 강제 노역이 자행되었고, 피험자들의 인권은 신기술 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처참히 짓밟힌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결함은 차원 이동 기술이 현세의 생태계에 끼치는 파괴적 영향이다. 억지로 벌려놓은 차원의 틈새에서는 유독한 방사능이 쏟아져 나왔고, 점차 거대해진 균열 사이로 이질적인 냉기와 정체불명의 생명체들이 침입하기 시작했다.
3주차 스토리, 잔별터는…
하이온글로벌이 떠난 이후에도 잔별터는 여전히 시린 겨울에 시달린다. 눈발은 더욱 거세졌고, 마을 곳곳에는 불길한 균열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틈새에는 방사능이 흘러나와 마을을 잠식하려 한다.
1. 게이트-07 첫 실험일, ‘수상한 언덕’의 이야기
어느 여름, 하이온글로벌은 나무꾼 박 씨의 삶터였던 숲의 나무를 무참히 밀어내고 게이트를 설치해 차원문을 여는 실험을 강행한다. 하지만 이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다. 게이트에서 예상치를 아득히 상회하는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자 필사적으로 비상 정지를 시도했으나, 이미 반경 일대가 순식간에 동결된 뒤에야 가동을 멈출 수 있었다.
운명의 장난처럼 그 날은 박 씨와 그의 아내 애순이 언덕 위 느티나무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날이다. 게이트와 가까운 곳에 있던 애순은 실험의 여파를 피하지 못한 채, 차갑게 얼어붙은 느티나무 앞에서 그대로 동사했다. 하이온글로벌은 이 실험을 숨기기 위해, ‘공장 오폐수를 무단 방류했다’는 교묘한 소문을 퍼뜨렸고, 결국 비교적 가벼운 처벌만을 받은 채 사건을 은폐하며 빠져나갔다.
차원보호국의 요원은 유품인 ‘애순의 손수건’을 받고 모두를 돌려 보내주었다.
[ 첫 번째 차원문 '수상한 언덕' 봉쇄 완료 ]
느티나무의 진실이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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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공장 지하와 강제 노역의 실상
하이온글로벌의 연구원이었던 037은 잔별터 지부 공장 지하에서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차원 적응 실험’을 자행했다. 그러나 실험이 거듭될수록 그는 하이온글로벌의 비인도적인 만행에 환멸을 느끼며 양심의 가책에 시달린다. ‘차원 적응 실험’이란 인간의 몸에 별조각 에너지를 주입하여, 다른 차원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신체를 만들려는 시도였으나, 대다수는 인격을 상실하거나, 신체가 변형된 끝에 사망하는 비극으로 끝났다.
037은 자신이 담당하던 11번 실험체가 3차 주입을 앞둔 날, 그를 탈출시키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다. 하지만 신체 변형이 시작되어 폭주한 11번은 통로를 지나 광산 깊숙한 곳까지 도주하고 말았다. 그를 쫓던 037은 갈림길에서 충격적 공지문을 마주한다. 적응에 실패한 실험체들을 물건처럼 분류하여, 노동이 가능하면 광산으로, 불가능하면 폐기물 처리장으로 이송하라는 잔혹한 내용이다.
분노하며 광산 막장에 도달한 037은 그곳에서 어린아이들까지 동원된 강제 노역의 참상을 목격한다. 037은 떨고 있던 아이를 데려와 구조를 부탁했고, 폭주했던 11번의 비참한 최후를 직접 지켜보며 가슴 아픈 매듭을 지었다.
차원보호국의 요원은 ‘이름표’를 받고 박 씨 아들과 함께 모두를 돌려 보내주었다.
[ 두 번째 차원문 '지하공장' 봉쇄 완료 ]
11번의 기록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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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태휘시
이주민들에 의해 하이온글로벌의 인체 실험과 강제 노역이 밝혀지지 않은 채, 차원문 개발이 성공한 평행세계의 미래다. 2007년, 차원 에너지 상용화에 힘입어, 잔별터는 대규모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된다. 이후 2010년에는 ‘태휘군’으로 지명을 변경하고, 불과 5년 만에 인구수 17만 명을 돌파하며 ‘태휘시’로 승격되는 비약적 발전을 이룬다.
기차역을 비롯해 옛 잔별터의 흔적은 사라지고 고층 빌딩이 숲을 이루었지만, 기이하게도 마을회관만은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잦은 차원 이동의 부작용으로 발생한 시공간의 균열 때문에, 원래 하이온글로벌의 기념역사관이 서 있어야 할 자리에 눈 덮인 마을회관이 박제된 듯 덩그러니 남아있다.
회관 지하에서는 나이가 든 안자애를 발견할 수 있다. 그곳에는 그가 일생을 바쳐 기록한 별조각의 위치 정보가 남겨져 있다.
차원보호국에서는 균열이 생긴 차원을 닫기 위해, 쌀, 가문비나무 잎, 군고구마, 파란색 난초, 조각된 책장을 비롯해 딸기, 다이아몬드, 긁힌 금속 조각 등 현세의 자원에서 수많은 매개체를 확보했다. 소중한 자원을 하나로 모아 잔별터에 남은 모든 차원을 닫으며 여정을 마무리한다.
[ 세 번째 차원문 '태휘시' 봉쇄 완료 ]
모든 시간대의 우리는 결국 옳은 선택을 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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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폐한 들판과 무너진 숲에 숨결을, 온기 를, 위로 를.
지워진 역사와 잊혀진 이름에 진실 을, 추억 을, 안식 을.
우리는 전혀 다른 미래를 맞이할 거예요.
문을 닫겠습니다. 부디 평안하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