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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 스토리 정리

1. 잔별터 기증 보상 ‘이장의 일기’

[2005년 9월 21일 - 안개] 마을 분위기가 수상하다. 나무꾼 박 씨네 아들이 공장에 취직시켜 준다는 말을 믿고 따라가더니, 한 달이 다 되도록 소식이 없다. 박 씨는 아들 찾겠다고 강가며 산길이며 넋 나간 사람처럼 헤매고 다니고. 날씨도 기괴하기 짝이 없다. 한겨울도 아닌데 뒷산 언덕배기만 가면 찬바람이 뼛속까지 스민다. 하이온 놈들은 냉각기 가동 때문이라는데, 기계 바람치고는 소름 끼치게 으슬으슬한 것이 영 요상스럽다.
[2005년 10월 9일 - 폭설] 마을에 눈이 펑펑 쏟아져 제설 작업을 하다가 공장 담장 너머를 살피고는 기절할 뻔했다. 폐공장인 줄 알았던 곳에 정체 모를 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길래 안을 좀 들여다보니, 온통 허연 서리가 껴있고 기괴한 기계가 번쩍거리고 있었다. 근처에서 주운 종이 뭉치엔 ‘차원과학부’ 같은 해괴망측한 단어들이 적혀 있었다. 마을을 위한다며 별조각을 모으게 한 게 아무래도 딴 속셈이 있는 듯싶다. 사람들을 데려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박 씨 아들도, 연락 끊긴 주민들도 전부.
[2006년 2월 1일 - 흐림] 요즘 들어 자꾸 삭신이 쑤시고 몸이 천근만근이다. 이게 나잇살 때문인지…. 새로 들어온 마을 사람들이 잔별터를 믿고 열심히 별조각을 모아다 주니 참으로 고맙고도 미안한 노릇이다. 저 순수한 얼굴들을 보고 있자니 가슴 한구석이 따끔거린다. 슬슬 때가 된 것 같다. 마을 아래 감춰진 이야기들을 이제는 해줘도 괜찮지 않을까.
[2006년 2월 3일 - 싸리 눈] 밤새 식은땀도 나고 가위에도 눌렸다. 몸은 망가져 가는데, 마음의 짐은 더 무거워만 진다. 낮에 주민이 가져다 준 박 씨네 가족사진을 다시 봤는데, 그 아들놈... 공장으로 끌려가던 날 내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살려달라던 눈빛이 자꾸만 눈앞에 아른거린다. 하이온 놈들이 취직이니 뭐니 속여서 데려간 것이 이제 확실하다. 불쌍한 마을 사람들 사지로 몰아넣고도 내가 이장이라고 자리에 앉아 있다니. 몰랐었다고 변명해도 이미 늦었다.
[2006년 2월 4일] (급하게 휘갈겨 쓴 듯 글씨가 심하게 흔들린다) 인제 나에게도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것 같다. 하이온은 처음부터 이 마을 살릴 생각이 없었다. 마을 사람들을 소모품처럼 부리다, 폐기하려는 거다.

2. 하이온글로벌의 사과문

[ 사 과 문 ]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립니다.

항상 저희 하이온 글로벌을 아껴주시고 성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과 잔별터 주민 여러분께,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하여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저희 하이온 글로벌은 '인류의 내일을 여는 기술'이라는 경영 이념 아래 차세대 에너지원 확보를 위한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일부 부서의 과도한 성과주의와 관리 소홀로 인해, 결코 있어서는 안 될 반인륜적인 행위와 지역 주민분들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드리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저희 하이온 글로벌의 공식 입장을 다음과 같이 안내드립니다.
1. 하이온글로벌 잔별터 지부 운영을 전면 중단합니다. 당사는 사법 기관의 요청과 여론을 겸허히 수용하여, 잔별터 내 모든 시설 운영을 즉시 중단하고 인력 및 장비 철수를 완료하였습니다. 본 사태에 책임이 있는 관련자들은 즉각 보직 해임 조치하였으며, 향후 진행될 사법 기관의 판단과 처분에 적극 협조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2. 현장 잔존 시설물에 대한 관리 주체 이관을 안내드립니다. 철수 과정에서 일부 특수 연구 시설물은 기술적 정밀성과 안전상의 사유로 완전한 해체가 불가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해당 시설물은 그간 당사의 독자 기술로 관리되어 왔으나, 현시점부로 해당 시설물 일체는 마을 측의 자율적 관리 대상으로 전환 됨을 알려드립니다. 이에 따라 당사는 향후 해당 시설물에 대한 기술 지원 및 유지·보수 의무를 일체 이행하지 않으며, 인가되지 않은 접근 및 임의 조작으로 발생하는 모든 사고에 대해 당사는 일절 책임을 지지 않음을 명시합니다. 주민 여러분께서는 안전 관리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3. 피해 보상은 객관적인 법적 절차에 따라 이행하겠습니다. 피해를 입으신 주민분들께서는 관련 규정에 따른 법적 소명 자료를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당사는 사법 기관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성실히 보상 협의에 임할 것이며,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저희 하이온 글로벌을 믿어주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합니다. 이번 일을 뼈를 깎는 자성의 계기 삼아 더욱 투명하고 윤리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겠습니다.
2006년 2월 6일

하이온 글로벌 대표이사 회장 외 임직원 일동

3. 잔별터마을신문

마을 곳곳서 정체 모를 ‘아지랑이’ 목격

철수 후에도 기온 회복 안 돼…
하이온글로벌의 철수로 마을을 덮쳤던 비정상적인 추위가 물러갈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잔별터 곳곳에서 기이한 현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일부 주민들은 공기가 마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일그러지거나, 눈앞의 풍경이 순간적으로 지지직거리는 이상 현상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하이온 측이 사과문에서 언급한 ‘기술적으로 해체가 불가했던 시설물’들이 마을의 환경에 어떤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하이온의 관리가 중단된 지금, 원인 모를 한기는 오히려 마을의 더 깊은 곳까지 스며들고 있다.

[단독] 하이온글로벌, 잔별터… 비난 여론 속 전면 철수

검찰 수사 본격화에 잔별터 지부 야반도주하듯 짐 싸... 게이트까지 폐쇄 조치.
[나래일보] 김 기자 =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체 실험 및 강제 노역’ 의혹의 당사인 하이온글로벌이 잔별터 공장 부지에서 전면 철수를 시작했다. 나래일보의 단독 보도와 검찰의 본사 압수수색이 시작된 지 불과 하루 만이다. 현장에는 여러 대의 트럭과 승용차가 드나들며 장비와 자재 등을 실어나르는 모습이 포착되었다고 전해진다. 한편, 하이온글로벌은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고 피해 보상을 약속했으나, 시민 단체는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닌 명백한 범죄" 라며 경영진의 구속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검찰 역시 철수 과정에서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 공장 부지 전체에 대한 접근 금지 명령을 내리고 수사관을 긴급 파견해 현장 잔류 물품 및 서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